에스겔서에서 이스라엘의 놀라운 회복과 부활을 예고했던 37장의 감격적인 메시지 이후, 에스겔 38장은 마치 폭풍 전야와 같은 긴장감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갑니다. 이 장은 '로스(혹은 마곡 땅)의 왕 곡'이 이끄는 거대한 연합군이 평화롭게 거주하는 회복된 이스라엘을 침공하지만, 결국 하나님의 강력하고 초자연적인 개입으로 처절하게 패망하는 종말론적인 전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예언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상의 모든 악한 세력의 최후 발악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과 궁극적인 승리, 그리고 그의 거룩하신 이름이 만방에 드러날 것을 선포하는 장엄한 드라마입니다. 이 거대한 영적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함께 들어가 그 의미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시대적 배경과 맥락 소개
에스겔 38장의 예언은 문자 그대로의 역사적 사건보다는 먼 미래, 즉 '끝날(혹은 여러 날 후, 말년에)'에 일어날 일로 제시됩니다(겔 38:8, 16). 이는 에스겔 34-37장에서 약속된 이스라엘의 회복, 즉 포로 귀환, 땅의 회복, 새 마음과 새 영을 통한 내적 갱신, 그리고 마른 뼈들의 부활과 남북 통일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이스라엘 백성이 "염려 없이 평안히 거주하는"(겔 38:8, 11, 14) 시점을 전제로 합니다. 바로 이러한 평화와 안식의 때에, 북방에서부터 거대한 연합군을 이끌고 곡이 침공해 온다는 것입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회복된 당신의 백성이 다시금 이러한 엄청난 위협에 직면하도록 허용하시는 것일까요? 이 예언의 목적은 이스라엘을 다시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거대한 적대 세력의 완전한 파멸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그의 압도적인 능력, 그리고 그의 거룩하신 이름을 온 세상에 분명히 드러내시기 위함입니다. 즉, 곡의 침공은 하나님의 더 크신 계획, 즉 그의 영광을 만방에 선포하시려는 섭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세상의 역사가 인간의 손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통치 아래 있음을 깨닫게 하며, 아무리 강력해 보이는 악의 세력이라도 결국에는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확신과 함께, 궁극적인 승리에 대한 소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핵심 사건 또는 본문 요약: 곡의 연합군과 하나님의 불타는 심판
에스겔 38장은 '곡'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연합군의 형성과 그들의 침공 계획, 그리고 그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계획을 상세하게 묘사합니다.
- 곡과 그의 연합군 (1-7절):
- 하나님께서는 에스겔에게 "마곡 땅에 있는 로스와 메섹과 두발 왕 곡"에게 얼굴을 향하고 예언하라고 명령하십니다(겔 38:1-3). 곡의 정확한 정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에스겔 시대의 북방 이민족들을 연상시키거나 혹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한 세력의 상징적 수장으로 이해됩니다.
- 하나님께서는 곡을 갈고리로 그 아가리를 꿰고 이끌어내어, 그의 모든 군대 즉 말과 기병, 완전한 갑옷을 입은 큰 무리와 방패와 작은 방패를 가지며 칼을 쓰는 자들을 동원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겔 38:4). 이는 곡의 침략이 하나님의 주권적인 허용, 심지어는 유인하심 가운데 일어남을 시사합니다.
- 곡의 연합군에는 바사(페르시아), 구스(에티오피아), 붓(리비아), 고멜, 북쪽 끝의 도갈마 족속 등 다양한 민족들이 포함되어, 그 규모와 위협이 엄청남을 보여줍니다(겔 38:5-6).
- 침공 대상과 동기 (8-13절):
- 곡의 침공 대상은 "여러 나라에서 모여 나와 칼을 벗어나 회복된 땅, 오랫동안 황폐하였던 이스라엘 산들"이며, 그곳 주민들은 "염려 없이 평안히 거주하며 성벽도 없고 문이나 빗장이 없는"(겔 38:8, 11) 상태입니다. 이는 37장에서 예언된 회복된 이스라엘의 모습입니다.
- 곡의 침공 동기는 "물건을 겁탈하며 노략하고" 평화롭게 사는 백성을 쳐서 "은과 금을 빼앗으며 짐승과 재물을 취하고자"(겔 38:12-13) 하는 탐욕입니다. 스바와 드단, 다시스의 상인들도 이러한 약탈에 관심을 보입니다.
- 하나님의 개입과 심판 (14-23절):
- 하나님께서는 곡이 이스라엘을 침공할 때, 당신의 분노가 얼굴에 나타날 것이라고 선포하십니다(겔 38:18).
- 하나님의 심판은 초자연적이고 압도적인 방식으로 임합니다:
- 이스라엘 땅에 큰 지진이 일어나 산들이 무너지고 절벽이 떨어지며 모든 성벽이 땅에 무너질 것입니다(겔 38:19-20).
- 곡의 군대 내에서 자기들끼리 칼로 치는 내분이 일어날 것입니다(겔 38:21).
- 하나님께서 전염병과 피로 그들을 심판하시고, 폭우와 큰 우박덩이, 불과 유황을 그들과 그의 모든 무리, 그리고 그와 함께 있는 많은 백성에게 비 오듯 쏟아부으실 것입니다(겔 38:22). 마치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을 연상시킵니다!
- 이 모든 심판의 목적은 "내가 이같이 내 위대함과 내 거룩함을 나타내어 많은 나라의 눈앞에 나를 알게 하리니 내가 여호와인 줄을 그들이 알리라"(겔 38:23)는 것입니다.
철학적/존재론적 상징 해석: 곡, 하나님의 주권, 그리고 거룩함의 현현
에스겔 38장에 등장하는 '곡과 마곡의 전쟁'은 단순한 고대 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악의 본질, 하나님의 절대 주권, 그리고 역사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깊은 철학적, 존재론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 '곡과 마곡'의 상징성입니다. 이들은 특정 역사적 인물이나 국가를 지칭하기보다는, 하나님과 그의 백성을 대적하는 세상의 모든 악하고 혼돈스러운 세력, 즉 '반(反)신적(anti-divine)' 힘의 원형을 상징합니다. 그들의 연합은 그 악의 세력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며 위협적인지를 보여줍니다. 마치 성 어거스틴(Augustine)이 그의 저서 《신국론(De Civitate Dei)》에서 '하나님의 도성(City of God)'과 '지상의 도성(City of Man)' 사이의 영적 투쟁을 묘사했듯이, 곡과 마곡의 침공은 이러한 우주적 갈등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동기는 탐욕과 파괴이며, 평화롭게 거주하는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이유 없는 증오를 드러냅니다.
둘째,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혹은 악의 활동) 사이의 긴장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곡을 향해 "내가 너를 돌이켜 갈고리로 네 아가리를 꿰고 너를 이끌어 내되..."(겔 38:4)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곡의 침략이 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더 큰 계획과 허용 안에서 이루어짐을 시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악을 조장하시는 분이 아니지만, 악의 활동조차도 당신의 궁극적인 선한 목적, 즉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고 악을 심판하시는 데 사용하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신정론(theodicy), 즉 세상의 악과 고통 앞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을 변호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깊은 신학적 성찰을 요구합니다. 철학자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는 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 최선의 세계라고 주장했지만, 에스겔은 악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 악을 심판하시고 궁극적인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합니다.
셋째, 이 모든 심판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가 여호와인 줄을 그들이 알리라"는, 즉 하나님의 자기 계시와 그의 거룩하신 이름의 현현입니다. 곡의 압도적인 군사력 앞에서의 이스라엘의 무력함은, 그들의 구원이 오직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개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지진, 내분, 전염병, 우박, 불과 유황 등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맞설 수 없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이 극적인 심판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이방 민족들까지도 여호와 하나님이야말로 유일하고 참되신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지식적 앎을 넘어, 경외심을 동반한 실존적 인식, 즉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재규정하는 경험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거룩함은 그의 초월성과 구별됨, 그리고 그의 공의와 자비를 포함하며, 이 거룩함이 온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바로 역사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인 것입니다.
현대적 적용 또는 실존적 질문: 혼돈의 시대,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라
에스겔 38장의 종말론적 전쟁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이 고대의 예언은 우리에게 깊은 경고와 함께 흔들리지 않는 소망을 제공합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곡과 마곡'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특정 국가나 정치 세력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하나님을 대적하고 그의 백성을 위협하는 모든 형태의 악한 이념과 문화, 그리고 영적인 세력일 수 있습니다.
- 물질만능주의와 극단적 개인주의는 공동체를 파괴하고 인간의 영혼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 폭력과 테러, 전쟁의 위협은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합니다.
- 거짓 정보와 혐오 발언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진실을 왜곡합니다.
- 하나님을 부정하고 인간의 자율성만을 강조하는 세속적 인본주의는 신앙의 근간을 흔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력들은 때로 압도적으로 강력해 보이고, 하나님의 백성들은 무력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스겔 38장은 이러한 악의 세력들이 아무리 강대해 보여도 결국에는 하나님의 심판 아래 패망할 운명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세상의 혼란과 악의 창궐 앞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요? 뉴스를 통해 접하는 수많은 비극과 불의 앞에서 우리는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라고 절망적인 질문을 던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에스겔은 곡의 침략조차 하나님의 더 큰 계획 안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고난과 악의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여전히 역사를 주관하고 계시며,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도록 도전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28). 이 약속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유효합니다.
이 예언은 우리에게 어떤 삶의 자세를 요구할까요? 첫째, 영적인 분별력을 가지고 세상의 악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합니다. 둘째,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보다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승리를 확신하며 담대하게 믿음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셋째,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넷째,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거룩하신 이름이 온 세상에 알려지기를 소망하며, 우리의 삶을 통해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야 합니다.
에스겔 38장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 나는 세상의 위협 앞에서 두려움에 압도되어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며 평안을 누리고 있는가?
- 나는 내 삶과 주변 세상에서 일어나는 영적 전쟁의 실체를 인식하고 있는가?
- 나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승리를 확신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가?
- 나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가?
결론 요약
에스겔 38장은 회복된 이스라엘을 향한 '곡과 마곡' 연합군의 대규모 침공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압도적인 심판을 예언하며, 종말론적인 영적 전쟁의 그림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이 거대한 악의 세력의 침공은 평화롭게 거주하는 하나님의 백성을 노략하고 파괴하려는 탐욕에서 비롯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하나님의 더 큰 계획, 즉 그의 위대함과 거룩하심을 만방에 드러내시려는 섭리 안에서 허용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지진, 내분, 전염병, 폭우, 우박, 불과 유황 등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곡의 군대를 완전히 괴멸시키시며, 이를 통해 모든 열국이 여호와가 참 하나님이심을 알게 하실 것입니다. 결국 에스겔 38장은 아무리 강력해 보이는 세상의 악한 세력이라도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심판 앞에서는 무력하게 패망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모든 역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거룩하신 이름이 온전히 영광받으시는 데 있음을 선포합니다. 이 장엄한 예언은 오늘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넘어선 확고한 소망과 함께, 하나님의 궁극적인 승리를 믿고 그의 거룩하심을 드러내는 삶을 살도록 도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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