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서에 기록된 열방을 향한 심판 예언 가운데, 35장은 이스라엘의 오랜 원수였던 에돔, 곧 '세일 산'을 향한 하나님의 불타는 진노와 철저한 파멸을 선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장은 단순한 한 국가의 멸망을 넘어, 형제 민족을 향한 끊임없는 증오와 폭력,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이 고통받을 때 기뻐했던 죄악이 어떤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세일 산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은 그의 공의를 드러내는 동시에, 고통받는 당신의 백성을 궁극적으로 보호하고 회복시키실 것이라는 약속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준엄한 심판의 메시지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시대적 배경과 맥락 소개
에스겔 35장의 예언 대상인 에돔(세일 산)은 야곱의 형 에서의 후손들로, 지리적으로 유다의 남동쪽에 위치하여 이스라엘과는 오랜 역사 동안 복잡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형제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에돔은 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기뻐하고 약탈하며 고통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반복했습니다. 특히 기원전 586년 바벨론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남유다 왕국이 멸망할 당시, 에돔은 이 비극을 기회 삼아 유다 땅을 침범하고 약탈하며 바벨론을 돕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배신과 잔혹 행위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깊은 상처와 원한을 남겼으며, 시편 137편에는 "예루살렘이 해 받던 날을 기억하시고 에돔 자손을 치소서 저희 말이 훼파하라 훼파하라 그 기초까지 훼파하라 하였나이다"라는 절규가 기록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에스겔 35장은 바로 이러한 에돔의 오랜 적대감과 특히 예루살렘 멸망 시의 악행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 예언은 바벨론 포로 생활로 절망에 빠져 있던 유다 백성들에게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악을 반드시 심판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메시지였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향한 어떤 적대 행위도 결국에는 심판하신다는 경고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도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가중시키는 행위의 심각성을 일깨워줍니다.
핵심 사건 또는 본문 요약: 세일 산(에돔)을 향한 멸망 선포
에스겔 35장은 하나님께서 선지자 에스겔에게 세일 산, 즉 에돔을 향하여 얼굴을 돌리고 그에게 임할 심판을 예언하라고 명령하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전체 내용은 에돔의 죄악과 그로 인한 철저한 파멸을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 에돔의 죄악 고발 (1-6절, 10-13절):
- 오랜 원한과 폭력: "네가 옛날부터 한을 품고 이스라엘 족속의 환난 때 곧 죄악의 마지막 때에 칼의 위력에 그들을 넘겼음이라"(겔 35:5). 이는 예루살렘 멸망 시 에돔의 적대 행위를 지적합니다.
- 하나님의 땅을 탐냄: "네가 말하기를 이 두 민족과 이 두 땅은 다 내 것이 되어 내 기업이 되리라 하였도다 여호와께서 거기에 계셨음에도 그리하였도다"(겔 35:10). 이스라엘과 유다가 망하자 그 땅을 차지하려 한 탐욕을 지적합니다.
- 하나님을 향한 교만과 모독: "네가 그들을 미워하여 노하며 질투한 대로 내가 네게 행하여 너를 심판할 때에 그들이 나를 알게 하리라 네가 이스라엘 산들을 향하여 이르기를 저들이 황폐하였으니 우리에게 넘겨주어서 삼키게 되었다 하여 모든 업신여기는 말을 한 것을 나 여호와가 들었노라 네가 나를 대적하여 입으로 자랑하며 나를 대적하여 여러 가지로 말한 것을 내가 들었노라"(겔 35:11-13).
- 에돔에 대한 심판 선언 (3-4절, 7-9절, 14-15절):
- 황무지와 놀라움의 대상: "내가 너를 황무지와 놀라움이 되게 할 것인즉 네 여러 성읍을 무너뜨리며 네가 황폐하게 되리니 네가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겔 35:3-4).
- 철저한 인명 살상과 폐허: "내가 세일 산을 아주 황폐하게 하여 그 위에 왕래하는 자를 다 끊을지라 내가 그 죽임 당한 자들을 그 여러 산에 가득하게 하되 칼에 죽임 당한 자들을 네 여러 언덕과 모든 골짜기와 모든 시냇가에 엎드러지게 하고 너를 영원히 황폐하게 하여 네 성읍들에 다시는 거주하는 자가 없게 하리니 내가 여호와인 줄을 너희가 알리라"(겔 35:7-9).
- 피의 보복: "그러므로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가 너를 피에 넘겨주었은즉 피가 너를 따르리라 네가 피를 미워하지 아니하였은즉 피가 너를 따르리라"(겔 35:6). 이 구절은 에돔이 이스라엘의 피를 흘리게 한 것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보복을 강조합니다.
- 기쁨의 역전: "온 땅이 기뻐할 때에 내가 너를 황폐하게 하되 이스라엘 족속의 기업이 황폐하므로 네가 즐거워한 것 같이 내가 너를 황폐하게 하리라 세일 산아 너와 에돔 온 땅이 황폐하리니 내가 여호와인 줄을 무리가 알리라 하라"(겔 35:14-15). 이스라엘의 멸망을 기뻐했던 에돔이 이제는 자신들의 멸망으로 인해 온 땅이 기뻐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할 것을 예언합니다.
이 심판의 핵심은 에돔의 오랜 증오와 폭력,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이 고통받을 때 기뻐하며 그 땅을 탐냈던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응징입니다. 그 결과 에돔은 영원한 황무지가 되고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모든 이들이 하나님께서 여호와이심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됩니다.
철학적/존재론적 상징 해석: 오랜 원한과 피의 순환
에스겔 35장의 세일 산(에돔)에 대한 심판은 단순한 민족 간의 갈등을 넘어, 증오와 폭력의 순환, 그리고 정의의 실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깊은 철학적, 존재론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옛날부터 한을 품고"라는 표현이 드러내는 뿌리 깊은 증오의 문제입니다. 에돔의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증오는 공동체의 정체성 깊숙이 자리 잡아 세대를 거쳐 전승되면서, 객관적인 상황 판단을 흐리게 하고 비이성적인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용합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르상티망(Ressentiment)'이라는 개념을 통해 약자가 강자에 대해 느끼는 원한과 복수심이 어떻게 왜곡된 도덕관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는데, 에돔의 행동은 이러한 르상티망이 파괴적인 형태로 표출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스겔의 예언은 이러한 증오의 연쇄를 하나님께서 직접 끊으시고 공의를 실현하실 것임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손에 의한 복수가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만이 진정한 정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네가 피를 좋아하였은즉 피가 너를 따르리라"는 섬뜩한 선언은 폭력의 자기 파괴적인 본질과 '피의 순환'이라는 비극적 운명을 상징합니다. 에돔은 이스라엘의 피를 흘리는 것을 기뻐했지만, 결국 그 피가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경고를 받습니다. 이는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격언처럼,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결국에는 폭력을 행사한 자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반영합니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피의 복수' 모티프처럼, 한번 시작된 폭력의 순환은 멈추기 어렵고 공동체 전체를 파멸로 이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이러한 인간적인 피의 순환을 종식시키고, 당신의 공의로운 질서를 회복하시는 행위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심판을 통해 에돔이 흘린 무고한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더 이상의 폭력의 확산을 막으시는 것입니다.
셋째, 에돔의 죄악 중 하나로 지적된 "하나님의 땅을 탐냄"과 "하나님을 향한 교만과 모독"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창조주에 대한 도전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드러냅니다. 에돔은 이스라엘과 유다의 멸망을 자신들의 세력 확장의 기회로 삼으려 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땅에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땅을 자신들의 소유로 주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하나님의 주권과 언약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고통을 보며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을 한 것은 신성모독에 해당합니다. 이는 마치 욥의 친구들이 욥의 고난을 보며 섣불리 하나님의 뜻을 판단하려 했던 것처럼, 타인의 고통 앞에서 교만하게 자신의 생각을 하나님의 뜻인 양 주장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이러한 인간의 탐욕과 교만을 깨뜨리고, 오직 하나님만이 역사의 주관자이시며 모든 땅의 소유주이심을 분명히 하시는 것입니다.
현대적 적용 또는 실존적 질문: 증오의 연쇄를 끊고 정의를 세우다
에스겔 35장의 에돔 심판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에도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과거의 원한에 얽매여 살아가는 모습,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는 마음, 그리고 정의가 무너진 세상에 대한 절망감은 시대를 초월하여 반복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혹은 우리 내면에서 '세일 산'과 같은 오랜 증오와 적대감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국제 관계에서의 해묵은 갈등, 사회 집단 간의 반목, 심지어 개인적인 관계에서의 풀리지 않는 원한은 우리를 과거에 얽매이게 하고 현재의 삶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에돔처럼 과거의 상처와 증오를 되새기며 복수심을 키우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이러한 증오의 연쇄를 끊기 위해서는 용서와 화해가 필요하지만, 때로는 에돔의 경우처럼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통해 과거의 잘못이 청산되고 새로운 시작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상처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증오를 키우고 있습니까, 아니면 용서와 회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까?
"네가 피를 좋아하였은즉 피가 너를 따르리라"는 경고는 오늘날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폭력, 사이버 폭력, 구조적 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은 결국 그것을 행사하는 개인과 사회에 부메랑처럼 돌아와 상처를 남깁니다. 타인의 고통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행위는 결국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불안을 증폭시킵니다. 우리는 이러한 폭력의 순환을 멈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정의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평화적인 갈등 해결 방법을 모색하며, 무엇보다 생명 존중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스라엘의 고통을 기뻐했던 에돔의 모습은 우리에게 타인의 불행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경쟁 사회 속에서 우리는 때로 타인의 실패나 불행을 은근히 즐기거나, 혹은 그것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기회로 삼으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공동체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슬퍼하며 서로를 돕는 곳입니다. 에돔의 심판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울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십시오." (로마서 12:15, 쉬운성경) 이 말씀은 공동체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에스겔 35장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나는 내 마음속에 누군가를 향한 오랜 원한이나 증오를 품고 있지는 않은가?
- 나는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 혹은 타인의 고통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유혹에 어떻게 맞서고 있는가?
- 나는 주변 사람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그들을 위로하고 돕고 있는가?
-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이 결국에는 모든 불의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결론 요약
에스겔 35장은 이스라엘의 오랜 원수였던 에돔(세일 산)을 향한 하나님의 불타는 진노와 철저한 멸망을 선포하는 준엄한 예언입니다. 에돔은 형제 민족인 이스라엘을 향해 오랜 원한을 품고 폭력을 행사했으며, 특히 예루살렘 멸망 시에는 그들의 고통을 기뻐하고 땅을 탐내는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네가 피를 좋아하였은즉 피가 너를 따르리라"고 하시며, 에돔이 행한 대로 피의 보복을 당하고 영원한 황무지로 변할 것을 선언하십니다. 이 심판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뿌리 깊은 증오와 폭력의 순환을 끊고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시려는 행위입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악을 반드시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줌으로써, 포로 된 백성들에게는 위로와 신뢰 회복의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결국 에스겔 35장은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하나님의 주권을 무시하는 교만한 자들의 비참한 종말을 경고하며, 오늘날 우리에게도 증오의 연쇄를 끊고 정의와 공감의 가치를 회복하며 살아가야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심판을 통해 하나님만이 참된 역사의 주관자이심을 알게 될 것이라는 선언은 우리에게 궁극적인 희망을 제시합니다.
댓글 쓰기